2011년 3월 4일 금요일

스트레스도 十人十色

21세기는 정보화시대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트레스가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지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똑같은 스트레스라도 나타나는 반응이 저마다
다른데, 이는 개인의 성격이나 처한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집을 떠나는 것에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행이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지만, 보기 싫은 남편과 마지 못해 사는 부인에겐 더 없이
행복한 여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고,
"고생은 돈 주고 사서라도 하라"는 말은 스트레스도 경험해본 사람이 잘 극복한다는
의미와 같을 것이다. 스트레스는 불안, 우울 증세나 고혈압, 당뇨병, 편두통, 협심증
등 정신신체질환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여러 사례를 통하여
그 대처방식을 유형별로 살펴보자.

일할 때가 제일 편해 - 일 중독형
학력이 낮아 열등감에 젖어있던 30대 남성, 일하고 돈버는 것을 낙으로 살기를
어언 10년. 퇴근시간에도 일만하고,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해야만 안심이 될
정도로 일에 열심이었던 그에게 얼마 전부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뒷목이
당기고, 숨이 차며 혈압이 오르는 것 같고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얼마 전엔 이웃집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다니 자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늘 불안하다. 일 중독 끝에 그가 얻은 것은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장애였다.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하고, 항상 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정서가 이완되지 못하고 항상 긴장된 상태로 지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일이 있고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당한 휴식과 능력 밖의 일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생활 자세, 휴일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스케줄을 짜서 생활하는 것도 좋다.

그냥 참고 말지 - 침묵·인내형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참는 것을 미덕으로 견디어왔던 30대 어느
여성. 급하고 자기중심적 성격의 남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하고 떨리고
답답하던 증상을 호소하였는데…. 어릴 때부터 못한다는 핀잔을 많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남편의 잔소리에도 쉽게 주눅들었다. 이렇게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발산되지 못하고 쌓여 남들의 작은 행동에도
쉽게 상처를 입거나 피해의식을 갖기 쉽다.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기 때문에 쌓였던 감정을 털어 버리면, 타인에 대한 원망도 줄어들고
감정표현이 자유로워져 싸우지 않고도 자기주장을 하게 된다. 화는 제 때 풀고 볼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 남 의식형
매사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 할까를 걱정하는 40대 여성. 괜히 화가
나거나 밖에만 나갔다 오면 땀이 나고, 이웃사람들이 와도 집안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땐 몸둘 바를 몰라하며, 늘 긴장이 되고 피로하다고 호소하였다. 자기를
우습게 볼까봐 지나치게 남들을 의식하던 그녀의 마음속엔 지길 싫어하고 뭐든지
남들보다 잘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뭐든 잘 해야하니 매사
바쁘고, 요즘 아이들보다도 더 바쁘게 미술과 피아노 공부에 여념이 없는 그녀가
추구하던 이상적 모델은 '자기발전형'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남들에 의한 평가에
전전긍긍하다 보니 자신에 대한 만족이 생기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너무 욕심이 지나치면 결국은 탈이 나는 법, 일단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만족부터 생각하고 완벽하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꼭 이겨야 해 - 경쟁·비교형
30대 여성, 아름다운 외모에 똑똑한 그녀지만 언제부터인가 직장상사의 눈치만
보는 신세가 되었다. 집에 있으면 편안하지만 직장에만 오면 늘 기가 죽고 긴장
일색이며, 머리가 띵하고 오후가 되면 피곤에 젖는다. 부장님의 딱딱한 말투에
스트레스를 느끼던 그녀는 남들의 뜻 없는 한마디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동료들을
대할 때도 경쟁심이 지나쳐서 사소한 고민거리도 창피하다는 생각 때문에 상의조차
못한다. 이런 유형은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적당한 경쟁심은 생활에 활력이 되지만 그것이 지나칠 때는 조직생활을 함께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현재 위치한 조직의 한 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닌 동료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 우유부단형
업무가 변경되어 난데없이 적성에 맞지도 않은 자리에 앉게 된 40대 중간관리직
남성. 상사의 눈치를 보기도 해야하지만, 망나니 같은 부하직원을 콘트롤하자니
용기가 서지 않았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껴서 일 하자니, 출근하는 것이 죽을
맛이 돼버렸고 직장 걱정에 잠이 올 리 없다. 결국 노심초사하던 그가 진료실을
찾아와 병가를 내고 요양 중이지만, 회사적응의 관건은 두려움에 대한 적극적
대처일 것이다. 이렇게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신속한 결정과 추진력이 필요한 직장
생활에 두려움을 갖고 대처하지 못하며,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그러나
두려움은 피할수록 커지기 마련. 일에 대한 사전 준비와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며
실수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말고, 실수 또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 없이 살아가긴 힘들다. 무미건조한 인생엔
권태가 따라오니 그 또한 스트레스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외에도 신체적 불구나
질병, 과로, 수면부족, 불규칙한 식사습관과 같은 비교적 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신체적인 스트레스도 있다. 금전적 손실, 대인관계의 갈등, 부부갈등과 같은 예들이
심리적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단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느냐 일 것이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미리 막지 못할
스트레스도 있다. 그런 스트레스라면, 빨리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고 적절히 휴식하는 것, 지나치게 욕심 내지 않는 것, 소신껏 행동하는 것,
적당히 남도 배려하는 것, 가정에도 충실하는 것, 긍정적 생각, 규칙적 수면과 식사,
적당한 운동, 건전한 취미활동, 부정적 감정을 오래 쌓아두지 않는 것….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아주 쉬운 듯 하지만 어려운 이런 일들이 언제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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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권학수(panic24@chollian.net)는 울산동강병원 정신과장이다.
계명의대 정신과 외래교수로 있으며, 건강포털 사이트 '닥터코리아'에서
공황장애 인터넷 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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